장애 아동 양육으로 힘든 마음, 부모도 자기 감정을 돌봐야 합니다

1. 아이를 위한 헌신과 부모의 힘든 마음

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는 일반적인 양육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아이의 특성과 필요에 따라 맞춤형 대응을 요구받고, 수시로 병원과 복지기관, 교육기관을 오가야 하며, 아이가 사회 속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끊임없이 보호자 역할을 수행하여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자신을 돌보는 일이 어려워 질 수 있습니다.

“나는 괜찮아. 아이가 우선이야.”라고 말하며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부모는 많지만, 실제로는 분노, 슬픔, 좌절, 두려움 등 복합적인 감정을 내면에 축적하게 됩니다. 특히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지적장애와 같이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한 경우, 부모는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태에 놓이게 되며, 이는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런 감정은 죄책감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나는 좋은 부모가 아닐지도 몰라”, “아이 때문에 내가 무너지는 건 이기적인 거야”라는 생각은 부모 스스로를 더 깊은 외로움으로 밀어넣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은 자연스럽고, 반드시 인정받고 돌봄 받아야 하는 감정입니다.

2. 감정을 돌보지 않으면 생기는 어려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가는 부모는 결국 ‘심리적 고갈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는 사소한 일에도 쉽게 분노하고, 주변 사람과의 관계가 흔들리며, 무엇보다 아이와의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아이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부모 자신의 에너지 고갈로 인해 아이의 행동을 더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미국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는 장애 아동 부모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소로 “만성적 스트레스, 사회적 고립감, 미래에 대한 불안, 감정 표현 억압”을 꼽습니다. 특히 감정 표현 억압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심지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소입니다.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억제하게 되면,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되기 어렵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표정을 민감하게 읽고, 말로 표현되지 않는 분위기를 감지하며 반응합니다. 즉, 부모의 심리적 안정이 곧 아이의 정서 안정으로 이어집니다. 이를 위해서라도, 부모는 자기 감정 관리에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3. 감정 돌봄을 위한 실질적인 방법들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돌보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감정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죄책감 없이, 당연하게 자신의 심리적 도움의 필요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다음으로는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기 돌봄 루틴을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실천이 가능합니다:

하루 10분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여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 만들기, 감정일기 쓰기, 오늘의 기분과 떠오른 감정 및 이유를 적는 습관화, 또래 부모나 커뮤니티 그룹과의 정기적 소통(온라인도 가능), 전문 상담이나 부모 교육 프로그램 참여 등이 있습니다.

특히, 감정 표현에 익숙하지 않거나 자기 돌봄을 '사치'라고 느끼는 부모일수록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은 아이 돌보기만 해도 충분히 잘한 거야”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인정하는 강력한 지지자원이 됩니다.

4. 좋은 부모란, 완벽한 부모가 아닌 자기를 잘 돌보는 부모

우리는 종종 ‘좋은 부모’란 아이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오해입니다. 진정한 좋은 부모는 자신의 감정을 알고, 다루며, 아이에게 건강한 정서를 전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 스스로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며, 감정 표현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가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그 안에서도 자신을 지켜내는 일은 결코 이기적인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을 돌보는 일이야말로, 아이를 위한 가장 근본적인 양육입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의 감정은 정당하며, 치유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오늘 단 한 가지라도 자기 감정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