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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아동 부모를 위한 교육 및 심리 정보

눈 맞춤이 잘 안되는 아이, 부모가 시도 가능한 대화법

by lucksoon365 2025. 5. 26.

눈 맞춤이 잘 안되는 아이, 부모가 시도 가능한 대화법

1. 아이가 눈 맞춤이 안될 때, 부모는 당황합니다

아이와 마주 앉아 이름을 부르거나 말을 걸었을 때, 아이가 눈 맞춤이 안되고 다른 곳을 바라보거나 고개를 돌려버리는 경험은 많은 부모들에게 혼란과 걱정을 안겨줍니다. 특히 또래 아이들이 눈을 맞추며 웃고 반응하는 모습을 봤을 때, “왜 우리 아이는 나를 보지 않을까?”, “혹시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닐까?”, “무언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눈맞춤은 단순한 시선 교환을 넘어, 감정 공유와 의사소통의 시작점입니다. 우리는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고, 연결감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눈을 잘 맞추지 않을 때, 부모는 자연스럽게 소통이 안되는 듯 한 외로움과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눈을 피하는 행동이 반드시 반항이나 무관심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폐 스펙트럼이나 감각통합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은 눈맞춤 행위 자체가 불편하거나 감각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 안에는 낯설고 과도한 자극을 피하려는 아이만의 방식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이 행동의 ‘이유’를 정확히 이해하고, 아이에게 맞는 방식으로 다가가는 것입니다.

2. 눈맞춤을 강요하지 않아야 가까워 질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눈을 맞추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엄마 눈 좀 봐”, “왜 고개를 돌려?”라고 말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말은 아이에게 무의식적으로 ‘넌 잘못하고 있어’라는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눈맞춤이 불편한 아이에게 억지로 시선을 고정하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높이고, 대화를 회피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자폐 경향이 있는 아이들은 시선을 고정하는 능력이 약하거나, 눈을 통해 전달되는 감정을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래서 눈을 마주치는 것이 안정감보다는 과도한 자극이나 불편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부모가 “눈을 보라”고 반복할수록 아이는 그 상황을 긴장으로 인식하고 점점 더 피하게 됩니다.

따라서 눈맞춤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는, 아이의 감정 상태를 먼저 이해하고, 아이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말보다 먼저 아이의 방식을 존중하고, 억지로 압박감을 주기 보다는 기다림을 선택하는 것이 부모의 첫 역할입니다.

3. 눈을 보지 않아도 대화 할 수 있는 방법

눈맞춤이 어렵다고 해서 소통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편안해하는 방식으로 부모가 먼저 시선을 조정하고, 상호작용의 방식 자체를 바꾸어 나간다면 눈을 마주치지 않더라도 깊은 연결감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우선,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바라보는 물건이나 공간을 함께 보며 대화를 시작해보세요. 예를 들어, 아이가 창밖을 보고 있다면 “밖에 새가 날아가는 걸 보고 있구나. 참 빠르네!”라고 말을 걸어보는 식입니다. 아이가 시선으로 표현하는 관심을 부모가 수용해줄 때, 아이는 비로소 자신의 세계가 받아들여졌다고 느끼게 됩니다.

또한 정면이 아닌 측면에서 말 걸기는 아이가 부담 없이 부모의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얼굴을 마주보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아이에게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나란히 앉아 이야기하는 방식이 훨씬 더 안정적인 방법일 수 있습니다.

말의 속도도 중요합니다. 천천히, 짧고 분명하게 말해주는 것이 아이가 내용을 이해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는 중에는 아이가 반응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말 한마디에 반드시 눈을 마주치고 반응해야 한다는 기준을 버리고, 아이의 방식에 맞춘 속도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4. 연결은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아이와의 관계에서 눈맞춤은 중요한 소통 수단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어떤 아이들은 손을 잡는 것을 더 좋아하고,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장난감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스스로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눈을 통해 직접적으로 소통하기 어려운 아이에게는 다른 감각, 다른 행동을 통한 ‘눈 이외의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부모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기다려주는 동안, 아이는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준비가 되었을 때, 아주 짧게 눈을 마주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 짧은 눈맞춤 하나가 부모에게는 큰 감동이 될 것이고, 아이에게는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안도감을 주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눈맞춤이 어렵다고 해서, 마음이 멀리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는 지금도 부모의 따뜻한 기운을 느끼고 있고, 단지 자신의 감각 리듬에 맞는 방법으로 세상과 연결되고자 노력하고 있을 뿐입니다. 부모는 그 리듬에 귀 기울이며 천천히, 함께 호흡하면 됩니다.

눈을 맞추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아이와 연결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