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의 발달은 놀이에서 먼저 나타납니다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살펴볼 때, 가장 자연스럽고 효과적인 관찰 방법은 놀이입니다. 놀이는 단지 즐거운 활동을 넘어서, 언어, 사회성, 인지, 운동 능력까지 아이의 전반적인 발달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특히 발달장애, 자폐 스펙트럼, 언어지연 등 초기 진단이 필요한 아동들은 또래와의 놀이 방식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의 놀이 행동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생후 18개월부터 3세 사이에는 혼자 노는 병행놀이(parallel play)에서 또래와 함께 상호작용하는 협동놀이(cooperative play)로 전환되는 시기입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상호작용, 역할 바꾸기, 자기 차례 기다리기 등의 기본적인 사회적 규칙을 익히게 됩니다.
하지만 발달이 지연된 아동의 경우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거나, 정서적 교류 없이 반복적인 놀이에만 몰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때 부모가 "아직 어려서 그래", "원래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인가 보다" 하고 지나치면, 중요한 발달 신호를 놓치게 될 수 있습니다.
2. 또래와 다른 놀이 방식, 이런 모습이라면 주의하세요
놀이는 매우 개인적인 활동이지만, 발달 단계에 따라 공통적으로 기대되는 놀이 행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특정한 연령에서 기대되는 놀이 방식에 비해 눈에 띄게 다른 양상이 지속된다면, 이는 발달적 지연이나 감각처리 문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초기 증상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같은 장난감을 반복적으로 정렬하거나, 바퀴를 돌리거나, 스위치를 누르는 행동만을 반복하면서 의미 없는 상호작용을 지속하거나, 상상 놀이로 확장되지 않는 경우는 감각 자극에 대한 민감성이나 강박적인 반복행동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또래 아이들이 소꿉놀이를 하며 서로 음식을 주고받고 역할을 나누는 상황에서, 혼자서만 놀거나, 말이 통하지 않는 방식으로 놀이를 진행하는 모습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놀이 중에 눈맞춤을 하지 않거나, 관심을 나누지 않고, 상대방의 감정 표현에 반응하지 않는 태도는 사회성 발달의 지연을 시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동은 놀이에서 상대의 시선이나 표정을 읽는 능력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놀이를 ‘상호작용의 장’이 아닌 ‘자극의 반복’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처음엔 단지 성격 차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검사 및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3. 아이의 놀이를 관찰하는 부모, 어떤 것을 봐야 할까?
부모가 아이의 놀이 행동을 통해 발달 신호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잘 놀고 있는지’보다 어떻게,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노는지를 구체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먼저 아이가 놀이 상황에서 다른 사람과 감정을 나누고 있는가를 살펴보세요. 웃거나 놀랐을 때 엄마나 친구 쪽을 바라보는지, 흥미로운 물건을 보여주며 “이거 봐!”라고 하는지가 중요한 관찰 포인트입니다. 이런 행동은 ‘상호 공유’라고 하며, 사회성과 언어 발달의 기초가 되는 능력입니다.
또한 놀이의 내용이 상상력을 포함하는가, 그리고 반복적 행동에만 집중되어 있지 않은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모든 놀이는 일정 부분 반복되지만, 놀이가 점점 확장되는가, 예를 들어 블록을 단순히 쌓는 데서 집을 만들고 가족을 등장시키는 식의 변화를 보이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놀이를 통해 사람이나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지입니다. 아무리 활동성이 크고 즐거워 보여도, 그 놀이가 타인과의 연결 없이 폐쇄적인 방식으로 반복된다면, 아이의 정서 발달과 사회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때는 전문가의 진단과 함께 놀이치료나 감각통합 치료 등 적절한 개입을 고려해야 합니다.
4. 놀이는 아이의 언어이자 마음의 표현 방법입니다
아이는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감정을 표현하며, 관계를 만들어갑니다. 특히 언어 발달이 늦은 아이일수록, 놀이는 아이가 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창문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아이의 놀이 속에는 많은 신호가 담겨 있고, 그 신호를 읽어주는 존재가 바로 부모입니다. 놀이가 다르다고 해서 모두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름이 오래 지속되고, 상호작용으로 확장되지 않으며, 아이가 즐거움보다는 고립된 몰입에 빠져 있다면, 부모는 그 신호를 무시하면 안됩니다. 그 신호는 아이가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데 말할 방법을 찾지 못해 보내는 ‘고요속의 외침’일 수 있습니다.
부모는 그 조용한 언어를 들어주는 첫 번째 사람입니다. "왜 혼자 놀지?"라는 질문을 "어떻게 하면 나와 함께 놀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바꾸어볼 때, 아이의 놀이 세계는 한층 더 넓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넓어진 세계 안에서 아이는 서서히 타인과의 관계를 배우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며, 조금씩 성장해 나갑니다.
당신의 아이는 지금, 놀이로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읽어주고, 기다려주고, 함께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부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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