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오감의 과민함에서 시작됩니다
아침마다 옷을 입히는 것이 전쟁처럼 느껴지는 부모가 있습니다. 어떤 날은 입으려던 옷을 보는 순간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단추 하나, 태그 하나에 몸을 비틀며 격렬히 거부합니다. 아이가 입기 싫어하는 이유를 물어도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할 때, 부모는 종종 당황하거나 절망감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단순한 고집이나 반항이 아니라, 오감통합의 어려움, 즉 ‘감각처리과민(Sensory Over-Responsivity)’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오감통합은 뇌가 외부에서 들어오는 다양한 오감 정보(촉각, 청각, 시각, 후각, 고유감각 등)를 조직화하고, 상황에 맞게 반응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발달장애 아동 중 일부는 이 감각 정보를 정상적으로 처리하지 못해, 일반적인 자극도 불쾌하거나 위협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느끼는 옷감의 질감, 피부에 닿는 속옷의 라인, 양말의 봉제선 등도 아이에게는 마치 모래알이 살에 박히는 듯한 불쾌한 자극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옷을 거부하는 것은 그 자극에서 벗어나기 위한 아이만의 생존 전략일 수 있는 것입니다.
2. 감각이 다르게 작동하는 아이의 ‘행동의 언어’를 이해하는 방법
감각통합이 어려운 아이들은 특정 자극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반대로 거의 인식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옷에 대한 거부감은 대부분 촉각 과민성(tactile defensiveness)과 관련이 있습니다. 피부에 닿는 감각이 지나치게 예민하여, 의류의 재질, 봉제선, 목둘레, 허리 밴딩 등 특정 요소에 강한 불쾌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종종 딱 붙는 옷이나 속옷, 양말, 신발끈을 견디지 못하고 벗어버리며, 때로는 자극이 덜한 헐렁한 옷을 선호하거나, 무조건 벗고 있는 상태에서 편안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또 어떤 아이는 목에 뭔가 닿는 것을 극도로 불편해해 티셔츠조차 거부하며, 다른 아이는 바지의 질감이 거슬려 늘 짧은 반바지만 입으려고 하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은 부모 입장에서는 불편함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아이에게는 말보다 더 강력한 ‘행동의 언어’입니다. 부모는 이 행동을 문제로 여기기보다, 아이가 어떤 감각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관찰하며 이해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아이가 특정한 옷을 유독 좋아하거나, 옷을 입고 난 후 자주 몸을 비비거나 긁는다면 그것 역시 중요한 단서입니다.
3. 옷 입기 전쟁을 줄이는 실제적인 대처법
오감에 민감함을 가지고, 감각 통합에 어려움을 가진 아이가 옷 입기를 거부할 때,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아이의 감각 특성을 존중하면서도 실생활에서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조정 방법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우선 옷의 재질에 주목해보세요. 부드러운 면 소재, 무봉제 또는 봉제선이 적은 디자인, 태그가 없는 제품은 아이의 피부 자극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너무 꽉 끼는 옷보다는 약간 여유 있는 사이즈를 선택하고, 아이가 선호하는 촉감을 가진 옷을 함께 고르게 해보세요. 또한 하루 중 옷을 입는 시간대를 아이의 감각이 덜 예민한 시간으로 조정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아침보다 저녁에 감각이 안정되는 아이도 있고, 방금 목욕을 한 후 피부가 민감해져 옷을 더 거부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생활 루틴을 유연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놀이 형태로 옷 입기를 연습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인형이나 그림책, 역할 놀이를 통해 옷을 입는 과정을 익숙하게 만들고, 성공했을 때는 충분한 칭찬과 정서적 지지를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힘들어할 때는 "왜 또 그래?"보다는 "이 옷이 네 몸에 불편하게 느껴지는구나"라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4. 감각의 다름을 존중받을 때, 아이는 안전함을 느낍니다
감각에 대한 민감함은 발달장애 아동에게 단순한 ‘특성’이 아니라, 삶의 모든 장면에서 영향을 미치는 감각적 조건입니다. 옷을 입는 문제는 그 중 일부일 뿐, 식사, 머리 감기, 양치, 소리, 빛 등 다양한 자극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은 아이가 이기적이거나 고집이 세서가 아니라, 세상을 받아들이는 감각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아이의 감각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순간, 아이는 그 자체로 안전함을 느낍니다. 그 안정감은 결국 더 많은 시도, 더 다양한 경험으로 이어집니다. 감각 통합은 시간이 걸리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지지는 부모의 인정과 기다림, 그리고 현실적인 배려입니다.
‘왜 자꾸 옷을 안 입으려고 할까?’라는 질문을 ‘어떤 느낌이 힘들까?’로 바꿔보는 것. 그 시선의 변화만으로도 아이와 부모 모두가 한층 편안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해하고 기다리는 마음이 아이의 감각 세계에 가장 큰 힘이 됩니다.
혹시 여러분의 아이는 옷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그 이야기가 또 다른 부모에게는 소중한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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