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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아동 부모를 위한 교육 및 심리 정보

자폐 아이의 고집과 반복적인 행동, 부모의 이해와 대처

by lucksoon365 2025. 5. 27.

자폐 아이의 고집과 반복적인 행동, 부모의 이해와 대처

1. 단순한 고집이 아닌, 불안을 표현하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들이 빈번하게 경험하는 것 중 하나는 아이의 강한 고집과 반복적인 행동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매일 같은 순서로 식사를 하고 싶어 하거나, 특정한 길로만 등원하려 하고, 특정 장난감을 반복적으로 배열하거나 돌리는 행동을 보일 때, 부모는 자연스럽게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릴까?"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자폐 아동의 이러한 행동은 단지 말을 안 듣거나, 자기중심적이라서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 행동 뒤에는 아이가 불안이나 긴장을 조절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자기만의 방식이 숨어 있습니다. 자폐 아동은 환경 변화에 민감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큰 긴장감을 느끼기 때문에, 반복되는 행동이나 일관된 루틴을 통해 스스로의 감정을 안정시키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보기엔 ‘고집’처럼 보이는 행동은 사실상 아이에게는 세상과 맞서는 유일한 방어 기제이자 안전장치일 수 있습니다. 이를 무작정 제지하거나 통제하게 되면, 아이는 더 큰 불안과 혼란을 느낄 수 있으며, 상황이 오히려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2. 반복 행동은 감각 조절의 방법입니다

자폐 아동의 반복 행동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특정한 동작을 끊임없이 수행하거나, 물건을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거나, 불빛이나 소리에 집착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행동은 때로 감각 과잉 혹은 과도한 감각 추구와 관련이 있습니다. 자폐 아동은 감각을 처리하는 데 있어 보통 또래 아이들과는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어떤 자극에는 과민하게 반응하고, 어떤 자극은 과소 반응하기도 하며, 스스로 특정 감각 자극을 반복해 자극을 얻으려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손을 흔들거나 몸을 빙빙 도는 행동은 불안하거나 지루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자극하여 각성을 유지하려는 시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반복 행동은 아이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행동이며, 자기조절(self-regulation)의 일환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반복 행동을 그저 "고쳐야 할 나쁜 습관"으로만 바라보면, 아이의 심리적 요구를 놓치게 됩니다.

관건은 아이의 반복 행동을 억제하기보다는, 왜 그 행동을 하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더 건강한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는 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손을 계속 비비는 아이에게 촉감이 좋은 작은 인형이나 쿠션을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감각 추구 행동을 다른 방식으로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3.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아이를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자폐 아동은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안정감을 느낍니다. 하루의 일정이 갑자기 바뀌거나, 익숙한 순서가 무너지면, 아이는 불안에 휩싸여 고집을 부리거나 울고불며 강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는 변화에 대한 단순한 반발이 아니라, 안정된 감각 구조가 무너졌을 때의 심리적 혼란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부모는 가능한 한 일상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예고하고, 함께 준비하는 방식으로 아이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는 순서, 식사 전 손 씻기, 놀이 시간과 정리 시간 등을 눈에 보이는 그림카드나 계획표로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더 안정적으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변화가 있을 땐 아이에게 미리 설명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은 병원에 가는 날이야. 먼저 옷 입고, 차 타고, 병원에 다녀오자”처럼 구체적인 순서를 알려주는 식의 말하기는 아이가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고집처럼 보이는 행동이 심해질수록 ‘일관성’과 ‘사전 예고’는 더욱 중요한 양육 도구가 됩니다. 이렇게 아이의 불안을 먼저 줄여주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아이는 점차 반복 행동과 고집의 빈도를 낮춰갈 수 있습니다.

4. ‘다르게 행동하는 아이’를 수용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부모 입장에서 자폐 아동의 반복 행동이나 강한 고집은 때로 좌절감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유발합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쉽게 넘어가지 않는 상황, 몇 번을 말해도 바뀌지 않는 행동을 마주할 때 부모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라는 생각을 수없이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것은 행동을 바꾸려는 시도보다, 행동을 이해하려는 태도입니다.

아이의 고집과 반복 행동은 세상을 이해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그 아이만의 방식입니다. 부모가 그 방식을 인정하고, 조금 더 유연하게 접근해줄 때 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서서히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변화할 준비를 하게 됩니다.

아이를 바꾸는 것보다 더 먼저 필요한 것은 아이를 이해하려는 부모의 마음의 변화입니다.

“이 아이는 왜 이러는 걸까?”라는 질문을 “이 아이는 지금 무엇이 힘들까?”로 바꿔보는 것만으로도,
부모와 아이 사이의 친밀감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는 다르게 행동하고 있을 뿐, 잘못 행동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고집과 반복 행동 뒤에 숨어 있는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