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폐 아동의 식사 관련 문제, 단순한 편식이 아닙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를 가진 아동에게서 식사와 관련된 문제는 매우 흔하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 식사 문제는 단순히 ‘입맛이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 감각 처리의 특성, 일상 루틴의 변화에 대한 불안, 또는 구강 운동의 어려움에서 비롯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자폐 아동은 음식의 색깔, 냄새, 온도, 질감 하나만 다르게 느껴져도 강하게 거부 반응을 보입니다. 딱딱한 질감을 혐오하거나, 반대로 바삭한 것만 먹으려는 식습관은 촉각 과민 또는 감각 추구 방식일 수 있습니다.
또한 식사 시간의 변화나 새로운 식기의 사용도 아이에겐 예측 불가능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억지로 먹이려 하거나 야단치게 되면 식사는 곧 공포의 시간이 되고, 더 심한 거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자폐 아동의 식사 문제는 감각, 행동, 심리, 루틴의 구조화가 모두 고려되어야 합니다.
2. 편식과 거부, 감각 자극부터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편식을 줄이기 위한 첫 단계는 아이가 음식을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고’, ‘손으로 만지는 것’부터 시작하는 감각 통합적 접근입니다. 자폐 아동은 단순히 새로운 음식을 입에 넣는 것만으로도 지나친 감각 자극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먹이기’보다 ‘익숙해지기’부터 출발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령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라면 그 채소를 이용한 놀이를 통해 친숙해지는 시간을 시도 할 수 있습니다. 당근으로 모양 찍기 놀이를 하거나, 브로콜리로 그림을 찍는 등 식재료를 탐색하는 놀이가 효과적입니다.
또한 새로운 음식을 먹게 될 땐 작은 변화부터 시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존에 좋아하는 음식의 옆에 소량만 함께 놓거나, 먹는 걸 강요하지 않고 단순히 냄새 맡기, 만져보기 등의 사전 활동을 반복해보세요.
부드러운 질감을 싫어하는 아이에겐 비슷한 색이나 형태지만 다른 질감의 음식을 천천히 제안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음식 차례 카드도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의 감각 반응을 세심히 관찰하고, 억지보다는 시간을 갖고 천천히 적응하도록 돕는 태도입니다.
3. 식사 자체를 긍정적인 경험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자폐 아동에게 식사란 단순한 ‘영양 섭취’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하루 중 고정된 리듬 속에서 규칙적인 식사는 안정감을 주고, 친사회적 행동을 연습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긴장과 거부가 반복되면 식사 시간은 두려운 시간이 되기 쉽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한 습관 형성입니다. 식사 시간이 일정해야 하고, 자리가 정해져 있으며, 사용하는 식기도 가능하면 변화를 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시각적 지원 도구(식사 순서 카드, 식판 그림 등)를 통해 아이가 “지금은 식사 시간이고, 이걸 하고 나면 끝난다”는 시간 구조를 인식할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식사 중에는 가능한 한 자극을 줄이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TV나 소리 자극을 줄이고, 밝은 조명보다는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세요. 아이의 긴장을 줄이기 위해 처음에는 혼자 또는 가족 중 가장 익숙한 사람과 함께 식사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식사 중 아이가 보이는 작은 변화도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세요. 씹지 않고 물에 담가 삼키려 해도, 일단 음식을 입에 넣었다면 칭찬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처럼 식사 과정을 ‘성공 경험’으로 기억하게 만들면 아이는 점차 식사에 대한 거부감보다 도전과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4. 식사는 훈육이 아니라 친밀한 관계 형성의 시간입니다
식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가 기억해야 할 마지막 포인트는 “식사 시간은 관계를 쌓는 시간”이라는 점입니다. 아이가 음식을 거부한다고 화를 내거나 야단치기 시작하면, 아이는 감정적으로도 위축되고 음식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게 됩니다.
자폐 아동은 특히 언어적 지시보다 표정, 분위기, 부모의 비언어적 감정 표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아이가 거부 행동을 보일 때 화를 내기보다는, “괜찮아, 아직 준비가 안 됐구나”라고 말하며 기다려주는 여유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한 입을 시도했다면 크게 칭찬해 주고, 다음에 조금 더 도전해볼 수 있도록 격려하세요.
또한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며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고 감정을 나누는 시간으로 만들면, 식사는 단순한 식이 활동을 넘어 관계 형성의 매개체가 됩니다. 정해진 양이나 메뉴를 모두 먹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함께 식사하는 시간 자체가 즐겁고 행복한 경험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필요하다면 언어치료사, 작업치료사, 영양사와 협력해 식사 지도 계획을 함께 세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가정에서 혼자 해결하려 하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아이에게 맞는 맞춤형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부담을 줄이고 친밀감을 높여주는 길입니다.
식사란 아이의 몸을 키우는 시간일 뿐 아니라, 마음을 키우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자폐 아동에게는 더디고 반복적인 길일 수 있지만, 아이의 감각과 속도를 존중하면서 만들어가는 식사 루틴은 결국 아이의 삶에 큰 힘이 됩니다. 작은 변화와 시도가 모여 아이의 입맛과 마음 모두를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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